콘도 집주인으로부터 현재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샤워부스를 공사해달라고 요청받았다. 상담 후, 플러밍일은 집주인이 플러머를 직접 불러서 하기로 하고 공사를 시작하였다.
샤워기구를 떼어낸 후 벽부터 철거를 시작했는데 방수에 문제가 있었는지 메탈스터드의 아랫부분이 모두 녹슬어 있었다. 윗부분은 매달려 있었지만 아랫쪽에서 그 스터드를 지탱해주지 못하니까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이런 상태로 그동안 벽이 붙어있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샤워실과 욕조를 분리해주는 벽을 지탱하고 있던 메탈스터드도 모두 녹이 슬어 그냥 부서져 내려앉아 버렸다. 철거를 마치고 보니 하도 어이가 없어 망연자실한 상태로 한동안 바라보다가 그래도 내가 시작한 일인데 제대로 일을 마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메탈스터드를 모두 철거하고 나무로 프레임을 만들어 끼우자니 콘도규정도 있고, 또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 고민이 되었다. 하진건축의 김사장님께 자문을 구했더니 좋은 해결방안을 제안해 주셨다. 바닥에 트랙을 놓고 녹슨 스터드를 메탈트랙으로 겹치듯 감싸서 바닥 트랙에 고정을 하는 방법으로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복잡했던 머리가 상쾌하게 뻥뚫리는 느낌을 받으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트랙을 사용해 고정을 하고 흔들어보니 그런대로 힘을 받고 있었다. 샤워실 문지방과 분리벽은 나무로 만들어 콘크리트 벽에 람셋으로 박았더니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고정되었다.
이렇게 해서 철거를 마치고 이제 방수와 타일작업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다. 자랑같지만 난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재능보다는 경험이 더 앞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한 사람은 이 현장에서 내가 겪은 비슷한 일들을 수없이 많이 겪었을 것이고 그것은 그분의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그것을 기꺼이 나눠주신 김사장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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